몇일 전 권오승 공정거래 위원장의 "명품 쫓는 '눈 먼 소비' 성장동력 고갈시킨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오늘은 20대 명품 소비 크게 늘었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어제는 4월-마트·백화점 ‘감소’ 명품 소비 ‘호조’라는 기사도 있었다.

이른바 명품은 '여전히 잘팔리는...' 정도가 아니라 '전보다 더 잘 팔린다'는 소리다.

경제면에는 온 나라 경제가 어렵다는 기사가 곳곳에 있는데, 명품 소비는 늘었다고 한다. 조금 늘은 것도 아니라 무려 100%... 게다가 20대 젊은이들이 말이다. 말 많은 사람들은 경기가 나쁜 것은 정치인 탓이네, 정부 탓이네, 기업들의 무불별한 마케팅 탓이네 떠들지만, 소비패턴을 보아하니 누구의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닌것 같다.

자료상으로 보면, 한때 인터넷을 강타했던 된장남, 된장녀들이 작년에 비해 100% 늘었다고 봐도 무방 한 것 같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20대임에도 구매 고객수 뿐 아니라 구매 금액 비중도 늘고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눈 먼 소비'라 해도 틀린말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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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이하 구매 고객 수는 전년보다 약 100% 증가
                구매 금액은 135% 증가
- 30대는 구매 고객 수 전년 대비 36.5% 증가
            구매 금액은 53.6% 증가
- 40대는 구매고객 수와 26.8% 증가
            구매 금액 25.8% 증가
- 50대는 각각 14.3%, 36.6% 증가
- 60대이상은 오히려 각각 5.6%, 5% 감소


[1~4월 전체 구매고객 수]
30대(37.2%)
20대 이하 (19.7%) - 지난해 13.9%
30대(36.4%)
40대(17.7%)
50대(18.4%)

 - 자료 : 롯데카드 구매 고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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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가 막힌 것은, '짝퉁이여도 상관 없으니 명품이 좋다'라는 식의 소비심리로 우리나라가 짝퉁천국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이제 막 시작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짝퉁 문제가 주요 이슈라고 하지 않는가? - "가짜라도 명품을"… 한국은 '짝퉁 천국'(세계일보)

또한,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되는 짝퉁의 단속 건수가 매 해 늘고 있다고 한다. 인천공항이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주로 항만으로 밀반입 되던 짝퉁 화물이 최근에는 비교적 운임이 비싼 항공화물을 이용하는 등 극성이고, 인천항공세관에서만 작년 한해 66건(9만3천여점)을 적발했는데, 이는 진품시가로 514억 상당에 달하고, 2005년에 비해 건수는 2.4배, 수량은 9배, 진품시가로 3.3배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인터넷에 공공연히 인천세관 무사히 통과하는 법에 대한 게시물이 돌아다니는 판에 무슨 더 할 말이 있을까?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상품이 있다. 경제학자 토스타인 베블렌의 이름을 따서 베블렌 효과라고 부르는 이런 유형의 상품을 우리는 흔히 사치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는 그런 사치품을 '명품'이라는 말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명품은 원래 예술 작품이나 장인들이 만드는 고급 수공예품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고급 패션 브랜드를 아우르는 말로 쓰이게 됐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치품'이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선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명품'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장 영어만 봐도 우리의 '명품'을 번역할만한 단어가 마땅치 않다. 마케팅을 위해 변질된 의미를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일반적인 의미로 굳어지게 됐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우리나라 '명품' 소비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가 있다. - 럭셔리 코리아를 읽다 @ 이정환닷컴

너도 나도 명품. 이제는 어지간한 명품은 명품 취급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삐뚤어진 소유욕과 과시욕이 끝나지 않는 한 명품은 더더욱 명품으로서 취급 받지 못 할 것이다.

날로 늘어가는 명품 소비가 지금과 같은 눈먼 소비가 아닌, 시대가 명품시대로 흘러간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지는 시대가 속히 오길 기대해본다.

- 참고 기사 -
럭셔리 코리아를 읽다 - 이정환닷컴
20대 명품 소비 크게 늘었다 - 매일경제
"가짜라도 명품을"… 한국은 '짝퉁 천국' - 세계일보
4월-마트·백화점 ‘감소’ 명품 소비 ‘호조’ - 한국섬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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